‘더 라스트 어택’이 담아낸 최후의 전투
‘진격의 거인’은 2013년 첫 방영 이후 10년간의 장대한 서사를 거쳐 2023년 마지막 시즌인 ‘더 라스트 어택’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캐릭터의 신념 충돌, 인류의 운명을 건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희생과 책임을 주제로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더 라스트 어택’의 무대는 에렌 예거가 해방의 이름 아래 전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의 거인화 계획’을 실행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에렌은 거인이 되어 세계를 밟아버리는 ‘지구평탄화’를 진행하고, 그의 절친한 동료였던 미카사, 아르민, 라이너, 피크, 진, 코니 등은 그를 막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성합니다. 최후의 전투는 공중에서 벌어지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 장면으로 압권입니다. 거대한 뼈로 구성된 에렌의 최종 형태는 신화 속 괴수처럼 묘사되며, 인간과 괴물의 경계를 흐리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각 캐릭터는 저마다의 신념과 후회를 안고 싸우며, 에렌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감행합니다. 특히 아르민은 에렌을 설득하려 하고, 미카사는 그와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인간 에렌을 기억하려 애쓰며, 이와 같은 정서적 긴장감은 단순한 전투 이상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에렌을 죽이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것이 곧 ‘해방’이 아닌 ‘희생’ 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습니다. 작품은 이 마지막 전투에서 전 세계가 겪는 두려움, 증오, 그리고 무력함을 통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에렌이 선택한 방법은 급진적이었고, 그의 친구들이 선택한 길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그들은 인간성과 연대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희생을 감수한 인물들로 기억됩니다. ‘더 라스트 어택’은 전쟁과 평화, 자유와 파괴라는 모순된 주제를 마지막 전투에 집약시켰으며,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철학적인 클라이맥스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에렌의 선택과 결말의 해석
‘진격의 거인’의 결말은 단순한 해피엔딩도, 비극도 아닌 복합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에렌은 본래 자유를 추구했던 인물이었지만, 시리즈 말미에는 그 자유가 자신에게도 족쇄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는 ‘모든 적을 없애는 것만이 친구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하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인구의 80%를 희생시키는 파국적 선택을 감행합니다. 그의 선택은 극단적이었지만, 그것이 단순한 악행으로만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에렌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맡기고, 그들로 하여금 ‘인류의 영웅’이 되게 함으로써 전쟁 이후의 평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악역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세상의 증오를 흡수하고, 친구들에게는 ‘전쟁을 끝낸 이들’이라는 타이틀을 남기는 셈입니다. 미카사는 그런 에렌을 끝까지 사랑했고, 결국 직접 에렌을 죽이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녀의 눈물과 입맞춤은 감정적으로도 절정이며, “너를 잊지 않겠다”는 그녀의 마지막 속삭임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됩니다. 아르민은 에렌의 죽음 이후 세계 지도자들과 대면해 그들이 인류를 구한 영웅이 아니라, 단지 한 친구를 막기 위한 인간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전개는 ‘승자 없는 결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난 관계’, ‘무의미한 희생’ 등의 테마를 남기며, 시청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줍니다. 작품의 결말은 회의적이지만 현실적이며, 기존 소년 만화의 권선징악 구조에서 벗어난 독특한 결말 구조를 가집니다. 에렌은 악역이 되었지만 그의 동기는 공감되며, 미카사는 그를 사랑했지만 끝내 희생시켰습니다. 이 모순이 바로 진격의 거인 결말의 핵심이며, 그래서 더욱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결말 이후의 에필로그에서는 파라디섬이 결국 또다시 전쟁에 휘말리는 장면이 암시되며, 평화가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말하고자 한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며, 완전한 해답은 없다’는 주제의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희생과 여운, 진격의 거인이 남긴 것들
‘진격의 거인’은 단순히 괴물과 싸우는 액션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더 라스트 어택’을 통해 드러난 인물들의 선택과 희생은, 우리가 자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증오의 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냅니다. 미카사, 아르민, 라이너, 피크, 진, 코니 모두 전투 후 깊은 트라우마를 안게 됩니다. 특히 미카사는 에렌을 죽인 이후 에렌의 머리를 품고 혼자 사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을 안겨줍니다. 그녀는 더 이상 전투의 세계에 살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간직합니다. 또한 에렌의 부모 세대와 마레, 엘디아라는 거대한 국가 간 갈등 구조 역시,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시대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벌어진 비극임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킵니다. 이는 실제 세계사와도 유사한 구조를 띠며, 진격의 거인이 단순한 픽션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작품이 끝난 이후에도 수많은 분석글과 영상, 팬아트가 쏟아졌으며, 에렌의 명대사인 “나는 태어나서 자유로운 게 좋아”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반항이 아닌, 억압된 세계 속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갈망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진격의 거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며, 완결 후에도 그 메시지는 이어집니다. 인간이 증오를 멈추지 않는 한, 또 다른 ‘거인’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지 끝이 아닌 ‘다음 질문’을 남깁니다. 희생이 있었기에 평화가 가능했고, 그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역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진격의 거인’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마지막 전투는 인간성의 끝과 시작을 모두 보여준 장대한 서사였습니다.
결론
‘더 라스트 어택’은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조각이었습니다. 에렌의 희생, 동료들의 선택, 복잡한 결말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원했던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