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지브리 화제작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철학과 메세지

by park-77 2025. 4. 10.

애니메이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의 주인공들 모습

미야자키 하야오의 복귀, 그 의미 있는 선택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10년 만에 돌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으로, 2023년 일본에서 개봉되어 국내외 영화 팬들과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작품은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감독이 “손자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로 제작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더 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기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명확한 기승전결과는 다른 방식으로, 몽환적이고 비선형적인 스토리 구성을 선택합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어머니를 잃고, 시골로 이사한 후 자신을 부르는 이상한 소리와 미스터리한 새 남자(푸른 왜가리)의 인도를 따라 이계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로, 마히토는 그 안에서 다양한 존재들과 만나며 자아와 삶에 대한 성찰을 겪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주인공에게 던지는 물음이 아닌, 관객 개개인에게 전달되는 일종의 인생 화두로 기능합니다. 감독은 과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서도 성장과 내면의 갈등을 주제로 삼았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 명상적이고 추상적입니다. 특히 부모 세대의 잘못된 선택이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낼 것인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등 철학적인 메시지가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는 무겁지만, 표현은 섬세하고 상징적입니다. 마히토가 겪는 세계는 마치 꿈속의 기억처럼 펼쳐지고, 하나하나의 장면이 명확한 해석을 피하며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감독 본인의 세계관과 철학, 노년의 회고가 모두 응축된 이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예술 영화에 가까운 깊이와 여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브리의 철학과 상징, 장면 속에 숨겨진 의미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장면 하나하나에 상징과 철학이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푸른 왜가리”라는 캐릭터는 현실과 이계를 연결하는 안내자이자, 주인공 내면의 또 다른 자아로 해석됩니다. 그는 처음엔 적대적으로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마히토가 진실을 마주하게 돕는 존재로 변모합니다. 마히토가 이계에서 겪는 여정은 곧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성장 여행’입니다. 특히 동굴을 통과하거나 어머니를 닮은 여인과 마주치는 장면 등은 고전적인 영웅서사나 정신분석적 해석에도 접목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 상징물 중 ‘탑’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탑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이자,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상징이며 동시에 오만함과 파괴를 뜻하기도 합니다. 탑의 꼭대기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은 미야자키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응축한 결말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계 세계의 존재들은 각기 다르면서도 익숙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 불, 물고기, 알, 유리 등은 꿈속의 상징처럼 등장하며, 마히토의 감정 상태에 따라 그 형태와 역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고전 문학이나 신화, 정신세계의 상징과 연결되며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열어둡니다. 작품 속 색감과 작화도 상징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현실 세계는 자연광과 따뜻한 색조로 그려진 반면, 이계는 차가운 청록색과 음영 중심의 대비로 묘사됩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이질적 공간’에 들어섰음을 체감하게 되며, 장면의 정서적 변화를 보다 명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장면 하나하나를 ‘읽는’ 방식으로 감상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명확한 설명을 배제하고, 대신 시청자 스스로 질문하고 해석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지브리의 진화된 철학적 접근이자, 본 작품의 독창적인 미학입니다.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메시지, 세대를 위한 성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지브리 애니메이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가 아닌, 세대를 위한 철학적 질문이 중심에 있는 이 작품은 감독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마히토가 겪는 상실과 재건, 분노와 이해의 감정은 단순히 성장 드라마를 넘어선 ‘세대 간 화해’의 의미를 지닙니다. 전쟁 중 부모를 잃은 세대, 그 전쟁을 일으킨 기성세대, 그리고 그 후를 살아가는 세대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 함께 존재하며, 감독은 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묻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단지 일본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험한 상실감, 불안정한 정체성,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물음에 대해 ‘정답’ 대신 ‘사유의 계기’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 전 마지막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그는 그동안 자연과 인간, 기술과 문명, 전쟁과 평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 모든 주제를 하나로 엮어낸 종합적 철학으로 귀결됩니다. 작품을 본 뒤, 관객은 어떤 장면보다도 그 질문 하나에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방향을 찾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인생의 화두입니다. 결국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애니메이션의 틀을 넘어, 문학과 철학, 예술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시청을 넘어 사유와 대화, 그리고 성찰을 유도하는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결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메시지를 담은 지브리의 대표 철학 작품입니다.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상 후에도 오랫동안 사유하게 만드는 진정한 명작입니다.